최근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가 전 세계 산업 공급망에 미친 파장은, 제가 산업 전략팀에 있던 시절 느꼈던 위기감과 너무나 유사했습니다. 몇 년 전, 우리는 스마트 전기모터 부품 생산을 준비하던 중, 한 희토류 소재의 단가가 한 달 새 두 배로 뛰는 일을 경험했었죠. 당시 공급처 대부분이 중국이었고, 그 중심에는 '희토류'라는 존재가 있었습니다.
희토류는 스칸듐, 이트륨, 란타넘계 원소 등 총 17종을 가리키는 말로, 소량만으로도 전자기 성능을 극대화시킬 수 있어 전기차, 풍력 터빈, 반도체, 군사장비에 필수적인 자원입니다. 그만큼 국가 안보 자산으로 분류되며, 한 번 의존하면 빠져나오기 어려운 자원입니다.
중국은 희토류 매장량뿐 아니라 정제와 가공 능력까지 거의 독점하고 있어, 채굴 자체보다도 "제련"이 병목이 되는 구조입니다. 바로 이 점이 중국의 희토류 패권을 공고히 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세계 희토류 정제 능력의 90% 이상이 중국에 집중되어 있다는 건, 모든 산업계가 알고 있는 불편한 진실이죠.
중국은 최근 7종의 희토류 원소(사마륨, 디스프로슘 등)와 이들을 포함한 영구자석에 대해 수출 허가제를 시행했습니다. 제 경험상, 수출 허가제 도입은 단가 인상 그 자체보다도 불확실성 증가가 더 무섭습니다. 공급일정이 예측 불가능해지면서 생산 라인 전체가 흔들리게 되죠.
이러한 조치는 전기차 모터, 풍력 발전기, 반도체 장비 등 고성능 부품을 생산하는 글로벌 기업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방산 분야에서는 정밀유도 무기나 UAV, 군용 전자장비에 쓰이는 중희토류가 포함되어 있어 안보 리스크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과거 반도체 장비용 희토류 조달을 위해 일본과 미국 공급처를 물색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러나 대체 공급처는 가격이 높고, 품질이나 납기가 불확실하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어, 완전한 '탈중국'은 아직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재 G7, EU, 미국은 희토류 자립화를 위해 대규모 자금과 정책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MP Materials나 호주의 Lynas Rare Earths는 자국 내 정제 및 자석 생산 시설을 확대 중이며, EU도 2030년까지 40%를 자체 정제하는 목표를 수립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현재 한국은 희토류 금속의 80%, 화합물의 48%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반도체, 방산 산업이 주력인 한국 입장에서는 큰 리스크죠. 특히 저는 최근 기업 고객을 위해 희토류 비축 현황과 재활용 프로젝트 가능성을 조사했는데, 아직 국내 기술력이나 재활용 비율은 매우 낮았습니다.
희토류 자립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첫째, 도시광산 개발 확대와 둘째, 대체 소재 기술 개발입니다. 한국재료연구원에서는 비희토류 자석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교토대학은 디스프로슘 회수율 91%의 재활용 기술을 내놓았습니다. 다만 이들이 상용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건 현실을 직시한 '이중 전략'입니다. 단기적으로는 비축 확대와 공급선 다변화를, 중장기적으로는 재활용 생태계와 대체 기술에 집중하는 것이죠. 제 경험상, 위기 때 보여준 준비된 대응이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합니다.
희토류 문제는 단순한 자원 문제가 아닙니다. 기술, 안보, 산업 경쟁력이 결합된 복합 문제이며, 앞으로 우리 산업이 얼마나 탄탄한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느냐가 세계 무대에서의 생존력을 좌우할 것입니다. 이 문제를 단순히 '중국 리스크'로만 보기보다는, 한국이 기술 주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모든 투자의 책임은 자기 자신에게 있는 것을 명심하시고, 우리 함께 공부합시다.”